여행

근교 나들이를 한다면 바다가 보이는 곳 선재도

일곱빛깔고양이 2021. 3. 14. 17:42

이번 겨울 미친듯한 스트레스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던 그때.. 그때 카메라 챙겨서 갔던 곳. 그곳이 선재도였어요. 선재도는 바닷길이 열리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사진작가들의 출사장소로도 한동안 인기를 끌었었죠. 저또한 익히 알고는 있긴 했지만 이상하게 가볼 기회가 없어서 "언젠가는" 이라는 단어로 항상 다음기회로 미루기만 했는데 이 답답한 상황에 끌리는 곳이 꼭 가야겠다 생각나는곳이 "선재도" 였어요.

 

바람은 아주 아주 찼고 구름은 잔뜩이었어요. 하필 한파에 왜 그렇게 나가고 싶었던건지.. 그래도 나가야만 했어요. 뻥 뚫린곳을 봐야했어요.

그러기에는 바다 배경이 최고였던거겠죠. 그동안 가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했던 선재도는 그래서 우선순위가 되었을거에요.

 

소품까지 챙겨간 날. 빈티지한 회중시계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표현하고 싶었을거에요. 코로나 때문에 사진일도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바닷가에서 쭈그리고 그 찬바람을 맞으면서 시계에 잃어버린 시계에 집착했던 그 시간이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 같아요. 지금은 겨울의 찬바람도 이미 물러가고 따뜻한 봄기운이 이미 다가와버린 시기이기도 하니까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네요.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진 않지만 그래도 살아가고는 있네요.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미니버스도 데려갔어요. 갈 수 없는 차.. 마음껏 다니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모형차에는 제가 투영되었을거에요.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던 그날의 날씨. 하늘은 또 언제 그랬냐는듯 밝아지더라구요. 나도 갈 수 있다면.. 떠날 수 있다면.. 하지만 이 비행기는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였을테죠. 떠나가는게 아닌 돌아오는..

 

구름에 가려져있던 빛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수면위를 그리고 모래를 조개껍데기를 밝게 비춰주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봄이 어서 왔으면 했던것 같아요. 따뜻해졌으면 하고..

 

물 빠졌던 바다도 점점 물이 들어오고 있었어요. 아직은 아니지만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죠. 우리들도 그렇겠죠? 아직은 눈에 보일 정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느 순간 보면 끝이 났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날 분명 있을거라 믿어요. 

 

분명 차오르고 있는 물은 빛에 반사되어서 아주 예쁜 보석을 선물해주고 있었어요. 

 

 

무채색이라고 하더라도 분명 반짝이고 있었어요. 색이 빠져버린 삶 같지만 그래도 반짝거리는 순간이 있을테니 걱정은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을 충실히 살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기도 했죠.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일지도 아니면 듣고 싶은 말일지도..

 

알맹이 없는 조개껍데기에서도 반짝임이 일렁이던 그 순간들. 몹시도 시렸던 바람에 셔터를 누르기도 힘들었던 날이었지만 그렇게라도 밖으로 나올 수 있어서 기분은 상쾌했던 날이기도 했었죠.

 

겨울의 앙상한 나무가지와 겨울 햇살에 비치는 바다의 수면. 추운 겨울이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 힘들었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남겨질 그날의 기억처럼 오늘 또한 언젠가는 좋았던 혹은 괜찮았던 기억으로 남겨지겠죠..? 

 

선재도는 작은 곳이에요. 좋게 말하면 사색하기 좋은곳이고 가감없이 말하면 볼 것 없는 곳이기도 해요. 하지만 선재도 가는길에 먹을 곳도 있고 하니 근교 나들이로는 괜찮을거에요. 또 선재도 하면 유명한 카페가 있기도 하고요. 맛보다는 뷰이긴 하지만 사진이 잘 나올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해서 카페 여행하기에는 괜찮아요. 저 역시 그 유명한 카페에서 사진도 찍었구요. 그건 카페편에 포스팅을 하려고 해요.

 

그리고 선재도 하면 일몰을 빼놓을 수가 없죠. 선재도를 가실거라면 일몰 보러 간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좋을거에요. 최고 최고를 연발하면서 해가 지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던 날이었거든요.

 

지는 해는 바다의 물결처럼 하늘을 일렁이게 하고 있었어요. 그 파도에 새가 날라가고 있었는데 점처럼 표식이 되어 아쉽네요. 하지만 완벽한건 머릿속에서나 가능한거니까요. 저는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사진은 필름 느낌으로 더 보정을 해봤답니다.

 

바닷가에서 철퍼덕 앉아 오랜만에 잡은 카메라와 한몸이 되었던 순간. 그리고 멋진 석양은 완벽한 선물이었어요.

 

멋진 석양을 선물 받고 싶다면 분명 서해의 어디쯤일 거에요.

 

그 어디쯤이 선재도라면 멋진 시간이 될 수 있을거에요. 물론 여행이라는건 날씨가 대부분을 차지하긴 하겠지만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그 너머의 추억이라는 선물도 받으실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