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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동 카페 조용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곳 [차담정]

일곱빛깔고양이 2020. 11. 1. 12:11

이제 가을이네요. 이제 가을이라는 인사를 하기에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산은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전 그 사실도 모른채 가을을 떠나 보낼뻔 했어요. 이미 가을의 중반을 넘어섰고 이젠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는 11월 1일입니다. 비오는 가을 전 지금 아이유님의 노래와 이소라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포스팅을 해봐요. 그런 분위기에 딱 어울릴 것 같은 어느 한 카페의 이야기로 말이죠.

 

구월동 카페 조용한 주택가쪽에 차담정이라는 곳이 있어요. 예전에는 커피를 좋아했기에 드립커피전문점이나 스페셜원두를 취급하는 곳으로 찾아다녔는데 계절탓인지 점점 차쪽으로 취향이 변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차 전문점을 인천에서 찾기는 쉽지 않았는데요 차담정은 제가 좋아할 만한 모든 곳이 갖춰진 곳이었어요. 작고 소박한 가게이지만 사장님의 정성이 느껴지는 곳. 그 마음을 담아내는 곳이 차담정이었어요. 

 

차담정은 원래 있던곳에서 살짝 위쪽으로 카페가 옮겨졌고요. 기존에 있었던 곳은 차담정키친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면서 사장님의 어머님께서 운영을 하고 계세요. 차담정키친 그리고 차담정카페는 그래서 인테리어가 연결이 되어있어요. 공간적인 이유로 이전하신것 같아요.

 

"ㄷ"자 형태로 되어있고 대부분의 좌석은 바형식으로 되어있어요. 손님들이 계셨기에 전체 홀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나란히 앉아서 앞에 놓여있는 차와 디저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좋았답니다.

차담정의 문을 열면 커다란 ㄷ자로 이어진 공용테이블과 그 앞에 놓여진 다기도구들 그리고 한켠에는 디저트들의 모형을 보실 수 있고요.이렇게 작은 테이블에 책도 있고 방명록을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해결책도 있어요. 인생에 답이 있으면 어쩌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답은 스스로 찾아가는데에 의미가 있는것이니까요. 인생의 답이 있는게 아니라 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한거겠죠. 그리고 오른편에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집순이들의 필수템인 스크래치컬러링도 있었어요. 정말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이곳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차담정의 메뉴들입니다. 제가 차담정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분위기와 차를 선택할 수 있는 그 폭이 상당히 넓다는 점이었어요. 얼그레이처럼 비교적 무난한 건 많은 곳들이 취급을 하지만 오히려 한국적인건 취급하는곳이 흔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디저트가 흔한 케이크 종류가 아니라 찹쌀떡과 양갱이라는 점도요. 제가 요즘 유제품류를 최대한 먹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는데 차담정은 저도 먹을 수 있는 양갱이와 떡이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차담정의 예쁜 디저트에요. 찹쌀떡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서 치즈가 들어가 있는게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감으로 선택했어요. 

 

쑥차와 솔잎차 그리고 흑임자양갱이와 감찹쌀떡이에요. 플레이팅마저도 정말 예술이었어요. 정말 정갈하고 차분해지는 공간이었고 그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던 곳이었습니다. 

 

 

찻잔과 커트러리 그리고 디저트가 담겨있는 접시들을 보니 신경쓰셨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컵도 이도도자기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감촉

차를 마시고 키친으로 가서 약간의 요기를 채웠을 때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따님이 이곳 차담정을 오픈하기 위해 연남동으로 6년동안 출퇴근 하면서 각종 자격증을 다 준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역시 준비없는 결과물은 없는것 같습니다. 

 

디저트 정말 수준급이었습니다. 고소한 흑임자양갱이와 모양마저 감과 똑같은 감찹쌀떡. 시각 후각 촉각이 세워지는 곳이었어요. 차담정은 가을과 겨울에 느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듯 해요. 따뜻함과 온기 말이죠.

 

그 온기 때문인지 늦은 오후의 블라인드 사이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생각했어요.

 

차가 담긴 도자기의 온기를 느끼면서 이 공간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했었네요. 그 느낌이 좋아서, 디저트가 예뻐서 한동안 먹지도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던것 같아요.예쁜걸 망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었어요.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부터 해서 계속 보고 있었던것 같아요. 

 

이곳에서 책을 읽고 싶었어요. 그래서 미리 챙겨간 허지웅님의 에세이. 카페에서 조용하게 책읽는거 좋아하거든요. 물론 디저트때문에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떨어버렸지만 말이에요. 

 

하도 못 먹고 있으니 함께 간 동행인 분이 이렇게 처참히, 무참하게, 또 무심하게... 달지 않아서 좋았고요. 쑥차와 마시니 정말 가을밤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이곳의 시그니처는 쑥차라떼인듯했으나 유제품을 최대한 멀리하는 저로써는 맑은차를 마셔야했는데 너무 잘 맞았던거죠.

 

고소한 흑임자양갱과 함께 말이죠. 소금과 콩가루에요. 소금을 살짝 찍어먹었는데 요리를 먹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는.. 소금을 찍는 그 행위자체가 맛을 아는 미식가 느낌도 나기도 했고요 실제로 흑임자 양갱이에 느껴지는 약간의 짠맛이 단맛을 끌어올리는것 같았어요.

 

좋아하는 것들을 다 찍은 이후에 오로지 내 시간에 집중해봅니다. 구월동 카페 중에서 제 마음을 놓일 수 있는 곳을 찾았어요. 조용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찾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릴때 아이유님 노래 들으면서 하루종일 있을 수 있을것 같은 그런곳이었습니다. 좋은 시간 보내고 온 한량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