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좋은 만남은 항상 우연으로부터

일곱빛깔고양이 2024. 4. 1. 16:48

오전에 병원에 들렀다가

상당히 충동적으로 카카오택시를 호출하고

목적지는 인천대공원의 한 카페로 설정했다.

정확히 말하면 목적지를 설정하고

택시를 호출한 것이겠지만..

 

충동적이지 않았다면

오늘 나의 하루는 어땠을까?

사무실로 출근할 생각은

아침에 일어나면서 수정을 했기에 

아마도 부평 어딘가의 스타벅스에서

보정일을 하고 있었겠지.

 

그렇다면 충동적인 것에서부터의

지금 나의 시간은 어떠한가?

새로 생겼다는 카페에서

(새로 생긴의 시점은 정확치 않다..)

기분좋은 소란스러움의 감각을 느끼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나의 계획대로라면

글을 쓰는것 자체가

애시당초 없었을 터였다.

이것도 생각해보면 우연에서 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인것만 같다.

기분좋은 택시기사분과의 만남에서

무언가를 적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택시기사님의 호탕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들어선 택시의 내부는

상당히 쾌적했고

뒷자석의 넓이에서부터

택시기사님의 배려심이 돋보였다.

큰덩치를 가지신 택시기사님은

본인의 좌석넓이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승객을 위한 마음으로 채우셨다.

평균 신장 한참 못미치는 나는

보통의 택시를 타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이러한 배려가 더 크게 다가왔으니

덩치 큰 다른 분들은 기분좋은 경험을 하시겠다 싶었다.

 

그리고 우연히 시작된

택시기사님과의 대화.

택시 앞에 붙어있던

해병대마크와 바른자세로 운전하시는 모습에서

직업이군인이셨을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을 느꼈다.

해병대에 직업군인으로 하고 있는 사람은 아드님

그렇지만 기사님 본인도 사위분도 해병대출신이라고 한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슬로건은 아직도 유효한지 싶다. 

그리고 일련의 에피소드도 함께 말씀해 주셨다. 

 

부평에서 연수동쪽으로 모시던 승객분이

해병대출신의 선배 기수인걸 알고 

택시비를 받을 수 없었다는 말씀.

내 생각은 후배가 일하기 때문에

선배는 웃돈 넣어서 줘야하는거 아니냐 했지만

해병대 세계는 그게 또 아닌가 보다싶었다.

현재 해병대에 속해있는

어린 후배기수에게

돈 받지 않는건 그려러니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다 안받고 하면

이 기사님 제대로 돈은 버시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투에서 느껴지던 뿌듯함에서 알 수 있었다. 

해병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고된 훈련들을 받으며

느꼈을 같은 감정.

그런 공통된 감정이 그들의 결속을 끈끈하게 만들고 

그래서 갖게 된 자부심과 뿌듯함.

그래, 그건 돈의 가치 그 이상일테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례를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국가유공자 모자를 쓰시고

보훈병원에서 택시를 타셨던 부부와 며느님.

택시비 5500원.

나라를 위해 고생하셨던 분이니만큼

택시비를 받을 수 없다고 극구 사양을 하니

그분이 며느님을 향해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시던 모습을 보셨다 한다.

그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하셨다. 

나 또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뭉클함을 느꼈다.

 

젊은 날의 나의 행위를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다는 그 기쁨.

그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더구나 쓸모의 존재를 더 중요시하는 요즘에 말이다. 

존경받아 마땅한 젊은 날의 영광이

지금은 젊은 세대의 조롱과

나약함의 상징이 되어버린 시간

그러한 때에 "내가 이런 사람이야!" 라는 외침. 

다시 살아있는 생생한 느낌을 받으셨을테다.

그걸 함께 느꼈기에

기사님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하셨다.

가장 멋진 선물을 하신 기사님

또 나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또 멋진 선물을 해주신 기사님 덕분에 

나의 오늘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기사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 닿아서 

멋진 선물이 되길 바란다. 

존재를 인정하는 선물.

그것 외에 큰 선물이 또 있을까?

 

 

기사님은 이러다가 돈 못벌겠다 하시며

해병대 마크를 떼야겠다 하시지만

떼지 않으실꺼라는걸 느낌적으로 안다. 

 

기사님 덕분에 따뜻한 이야기를 생각하며 예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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